[팩트맨]청주 여중생이 남긴 손편지, 증거 능력은?

2021-08-25 8



학교 친구의 의붓아버지에게 성범죄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

지난 주말 숨진 학생의 부모가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말을 잇지 못할 만큼 눈물을 흘리면서 손에 꼭 쥐고 있는 종이 두 장.

여중생이 부모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였습니다.

"1월에 있었던 안 좋은 일"을 언급하면서, "그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엄청 떨리고 심장이 두근댄다"고 적혀 있는데요.



망자가 남긴 이 편지글, 친구의 의붓아버지가 받고 있는 재판에 제출하면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확인해 봅니다.

형사소송법은 숨진 피해자의 유서도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도진기 / 변호사(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학생의 필적이 인정되면 증거 능력이 있습니다. 죽기 전에 진술했고 서면으로 남겼으면 증거 가치 신빙성을 높게 봅니다."

2016년 대전에서도 10대 아르바이트생이 음식점 사장에게 성폭행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남긴 7장 분량의 메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해자가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범행 증거로 받아들이고 징역 5년을 선고했는데요.



육성 녹음도 같은 효력이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에게 폭언 폭행을 당하다 세상을 떠난 경비원이 피해 사실을 녹음한 육성 파일도 증거로 인정됐습니다.



다만 증거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이 있는데요.

△강요나 협박 속에 작성하지 않았다는 걸 믿을 수 있어야 하고요,

△다른 진술과의 일관성도 중요합니다.



유족들은 다음 달 공판에 숨진 여중생의 편지를 제출할 예정인데, 경찰 조사 때 여중생의 진술내용을 고려해서 재판부가 증거로 받아들일지 결정할 전망입니다.

여중생이 고통 속에서 써내려간 편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스모킹건이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팩트맨이었습니다.




권솔 기자 kwonsol@donga.com
연출·편집 : 황진선 PD
구성 : 박지연 작가
그래픽 : 장태민 유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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